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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편

[#060] 그때 그 노래 - 일반 Ver.

나프탈렌캔디 2017. 12. 12. 13:32





혼자서 가만히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문득 지나간 추억이 갑자기 떠오를 때가 있다. 특별히 기억해내려고 한 것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추억을 곱씹는 건, 나이가 들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떠오르게 만드는 뭔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특정한 물건이나 장소일 수도 있고, 음식이나 냄새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내게도 그렇게 추억을 강제로 소환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살아온 날들만큼이나 많이 쌓인 추억과, 그것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들 중에서 노래는 전주만으로도 인생의 여러 순간들로 나를 데려간다. 노랫소리와 함께 머릿속에 자동으로 재생되는 추억의 장면들은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 때였다. 버스는 학교를 출발해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멀리 여행을 간다는 생각에 모두들 들떠있었고 버스 안에는 신나는 댄스 음악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그때 제일 많이 들었던 노래가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다. 빠른 박자의 전주만 들어도 사람의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그 시절을 강타했던 노래다.  


도대체 어디서 숨을 쉬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가사를 목이 쉬어라 따라 부르면서 아이들은 합법적으로 주어진 일탈을 온몸으로 즐겼다. 버스가 달리는 내내 일어서서 열정적인 춤을 추던 아이도 있었다. <잘못된 만남>을 들으면 그때의 흥겨웠던 분위기가 떠올라서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반면에 몹시 서글퍼지게 만드는 노래도 있다. 이등병 시절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슬픈 멜로디도 멜로디지만 가사가 마치 내 이야기인 것처럼 깊이 와닿았다. 사회에 있을 때는 혼자 똑똑한 척은 다하며 살았는데 군대에 와서는 제대로 하는 게 별로 없는 이등병으로 살고 있는 처지가 서글펐다.


이 노래를 들으며 동기끼리 우스갯소리로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 아니고 <고참을 피하는 방법>이라고 말하면서 키득거렸던 기억이 난다. 낯선 장소에서 이등병으로 살아가는 ‘울고 싶은 나의 모습, 바보 같은 나의 모습을 화내며 갈구는 고참이 너무 싫어 피하고 싶은 심정을 담은 노래’라고 할까? 


그래도 내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노래는 서태지의 <대경성>이다. 서태지 매니아로서 모든 노래를 좋아하지만 이 노래에는 특별한 추억이 있다. 지난번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27화 참조), 흥분한 관객들에게 깔려서 죽을 뻔했던 생에 첫 콘서트에서 들었던 첫 곡이 바로 <대경성>이었다. 


어두웠던 무대에 불이 들어오고 조명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강렬한 전주가 공연장에 울리자 사람들의 환호성은 더욱 커진다. 무대 아래에서부터 서서히 올라오던 그 모습을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토록 좋아하던 가수를 난생처음 실제로 봤던 그날의 기억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옛날이야기를 자꾸 하게 되는 것을 보니 나도 제법 나이가 들었나 보다. 하지만 그때 그 노래를 들으면 떠올릴 수 있는 추억들이 있어서 내 삶이 마냥 지루하지만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의 그때 그 노래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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