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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바람은
우체부 아저씨
봄에는 꽃 향기
전하여 주고요
가을에는 낙엽편지
전하여 주지요
바람은 바람은
우체부 아저씨
1990, <바람>
알을 깨고 태어난
아기 송사리
손으로 떠 올리면
잘도 숨지요
아롱아롱 물결 속에
숨바꼭질 하지요
반짝이는 엄마 품 속
찾아가나 봐요
작은 돌멩이 집
돌아가나 봐요
1991, <아기 송사리>
파랗던 곡식이 익어가면
가을이 점점 무르익고.
단풍잎, 은행잎 물이 들면,
가을도 점점 물들어 간다.
저 파란 하늘이 높아지면,
가을도 더 높아져 가고
잘 익은 곡식이 거두어 지면
가을도 점점 풍성해 진다
낙엽이 한 잎, 두 잎 떨어질 때면
올해의 가을도 멀어져 간다
1995, <가을>
초등학교 문집에 실렸던 동시들이다. 아마 담임선생님이 시켜서 썼겠지만, 제법 공을 많이 들어간 작품(?)들이다. 원고지에 연필로 한 자씩 꾹꾹 눌러 쓰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시간이 너무 흘러 잘 기억나지 않는다. 잘 썼다고 칭찬을 받고 싶었을까? 아니면 뭔가를 창조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었을까?
가을이 되면 괜히 혼자서 분위기를 잡으며 고독한 남자 흉내를 내고 싶어진다. 바닥에 떨어져 나부
끼는 나뭇잎들을 보며 올해가 끝나감을 실감한다. 시간은 이렇게 쏜살같이 흐르는데 손에 잡히는 결과물은 없어 쓸쓸한 기분이다. 초등학생 주제에 과하게 가을을 타고 있는 위의 동시처럼 말이다.
시를 많이 읽고 즐기지는 않지만 내게도 동시를 쓰던 시절이 있었다. 역시 가을엔 시가 어울리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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