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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뭔가를 공부하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시험이 따라온다. 그 동안 얼마나 배웠고 얼마나 아는지, 또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평가하려면 시험으로 확인할 수 밖에 없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이런 시험의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나는 언젠가부터 시험이 싫어졌다.


초등학교 때만 하더라도 시험이 그렇게 싫지 않았다. 공부가 재미있기도 했고, 그때는 성적도 제법 잘 나왔다. 어린 마음에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칭찬받는 게 좋고 신나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중학교로 올라가니 공부는 어려워지고 해야 할 것도 많아졌다. 갑자기 급격하게 올라간 난이도에 한동안 적응을 못했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문제는 중학교 3학년 때 발생한다. 1년 뒤면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하는데, 당시 나의 고향은 고교 평준화 지역이 아니어서 입학시험을 치러야만 했다. 대학교를 가기 위해 수학능력시험을 치는 것처럼 3학년 내내 준비해서 연말에 고입시험을 보는 것이다. 겨우 중3이 밤 늦게까지 자습을 하면서 고입시험을 준비하는 모습을 생각해보라.


16살 전까지는 내 능력의 한계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공부를 하면서 어렵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생길 때도 많았지만, 그건 열심히 하면 다 이겨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밤을 새며 공부를 해도 성적은 내가 원하는 만큼 오르지 않았다. 반에서 상위권인 어떤 친구는 나보다 열심히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점수는 나보다 늘 좋게 나왔다.


사실 나는 이미 괜찮은 인문계 고등학교에 충분히 진학할 수 있는 점수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소위 말하는 일류 고등학교에 가기엔 부족한 점수여서 나를 더욱 애타게 만들었다. 나는 왜 안 될까? 머리가 쟤보다 안 좋은 걸까? 쟤는 맨날 잠만 자는데. 공부 방법이 잘못된 걸까? 온갖 방법을 동원해 보았지만 나는 그 친구를 이길 수 없었다.


뭔가 큰 벽에 가로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았다. 우물 안의 개구리 같은 오만한 생각이지만, 그때까지 공부 하나는 자신 있던 나였다. 생애 처음으로 내 능력의 한계를 뼈저리게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너무 속상하고 자존심이 상했다. 더는 공부가 재미있지 않았다. 모든 게 다 부질없게 느껴졌다.


결국 고입시험의 날은 다가왔고 늘 받던 점수와 비슷한 결과를 받았다. 큰 고민 없이 딱 내 성적에 맞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고등학교에 지원했다. 다 끝내고 나니 정말 시험이라면 진절머리가 났다. 중학교 마지막 겨울 방학엔 마음껏 쉬고 싶었다. 그런데 또 다른 시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 배정을 하기 위해 배치고사를 봐야 한다는 거였다.


빌어먹을 시험은 끝이 없었다. 그래도 부모님 눈치가 보였기 때문에 적당히 준비해서 대충 배치고사도 마쳤다. 결과는 처음부터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겨울이 끝나기만 기다렸다. 다음 해 3, 드디어 애증의 고등학생이 된 나는 결심했다. 이제부터 점수를 받기 위한 공부에 목을 메지 말고, 시험 점수 따위에 일희일비 하지 않기로.


내게는 수능보다 고입 준비가 더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3 때 공부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했고, 더 치열했었다. 그러나 한 번 꺾이고 나니 예전처럼 돌아가긴 어려웠다. 이것이 내가 시험을 싫어하는 이유다. 더는 나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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