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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편

[#045] 가질 수 없는 너 - 일반 Ver.

나프탈렌캔디 2017. 11. 20. 07:08






90년대 유행했던 <가질 수 없는 너>란 노래가 있다. 이 곡은 후렴구가 유명한데 첫 소절만 들어도 모두가 따라 부를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며칠 사이 야윈 널 달래고 집으로 돌아 오면서

마지막까지도 하지 못한 말 혼자서 되뇌었었지

사랑한다는 마음으로도 가질 수 없는 사람이 있어

나를 봐 이렇게 곁에 있어도 널 갖진 못하잖아


가슴 저미게 애절한 멜로디도 멜로디지만 가사를 한 줄씩 천천히 읽어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아픈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노래에서 가질 수 없는 너는 사람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돌아갈 집이 더 가지기 힘든 게 아닐까?


정확한 수치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한민국에서 평균 월급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20년 이상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겨우 서울 시내에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내 집 마련의 꿈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황당하고 절망적인 이야기겠지만, 부동산 시세를 잠깐만 검색해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사람을 맥 빠지게 만드는 이야기다. 평생 살면서 억 단위의 돈을 만져볼 일이 얼마나 있을까? 내가 그만한 돈을 모을 수나 있을까? 모으려면 과연 얼마나 걸릴까? 자꾸 스스로 질문을 하게 만드는 현실은, 가뜩이나 포기해야 할 것이 점점 늘어나는 N포 세대에겐 참 가혹하다. 


내 집을 가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재산 목록에 부동산이 추가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혼자라면 나만의 공간이 생기는 것이고, 가족이 있다면 가족을 위한 보금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그 안에서 다같이 먹고, 자고, 쉬고, 웃고, 울고 하면서 꿈과 희망을 쌓아가는 공간이 바로 집이다.


너무 어렸을 때의 일이라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주민등록등본을 떼 보면 엄청난 수의 전입과 전출 기록을 볼 수 있다. 수없이 많이 이삿짐을 쌌다 풀었다 하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해 고생하신 부모님의 노력이 남아있는 흔적이다. 기억을 더듬어 살았던 집들을 떠올려 보면 정말 다양하다. 문을 열고 나가면 바다가 보이는 주택도 있었고, 작고 오래된 아파트도 있었다. 


어린 나에겐 집이 그렇게 큰 의미가 없었지만 부모님에겐 그게 아니었다. 자식들을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우기 위해 긴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셨다. 그리고 결국 지금의 고향집으로 이사했을 때, 드디어 우리 집이 생겼다며 좋아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는 그 심정을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젠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긴 시간을 참고 이겨낼 자신은 없다. 부모님 세대와는 달리 이제는 혼자 힘으로만 돈을 모아서 집을 산다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집이 있으면 좋기는 한데 꼭 사야 하나 싶다가도, 매번 이사를 하는 게 귀찮아서 빚을 져서라도 사야 하나 싶기도 하다. 


지금 발견한 사실인데, 웃기게도 <가질 수 없는 너>를 부른 가수 이름이 ‘뱅크’이다. 그렇지. 뱅크가 협조해주지 않으면 집을 가질 수 없지. 그래도 우리 모두에게 집은 필요하니까 가질 수 없는 너만은 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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