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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라는 말을 하던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매주 일요일 오전이면 운동 좀 한다는 연예인들과 진짜 운동만 하는 운동선수들이 야외 세트에서 선의의 대결을 펼쳤다. 나도 처음엔 재미있게 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왜 저러고들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대결이라는 설정은 굉장히 흥미롭지만 과연 거기서 그들이 얻는 건 무엇일까? 운동선수 입장에서는 연예인한테 진다면 체면이 말이 아니다. 연예인 입장에서는 운동선수를 이기면 잠깐 화제의 대상이 될 뿐이다. 오히려 무리하게 몸을 쓰다 다치기라도 하면 활동에 큰 지장이 생긴다.
제법 오랫동안 사랑받던 프로그램이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어느 날 조용히 사라지고 말았다. 한참이 지난 후, 이번엔 아예 아이돌 연예인들만 모아 놓고 체육대회를 시키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명절 때만 되면 체육관에 모여 달리고, 넘고, 차고, 쏘면서 난데없이 승부욕을 불태운다.
대형 기획사의 성공 모델을 너도 나도 따라 하면서 요즘 연예계에는 아이돌이 쏟아진다. 하지만 그중에 성공하는 건 극소수다. 아이돌은 이미 많고 주어진 기회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기획사들은 소속 연예인들을 어떻게든 방송에 노출시키는 것에 혈안이 되어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무슨 프로그램이든 일단 나가야 한다. 여기저기 나와야 사람들이 알아보고, 좋아하든지 싫어하든지 할 테니까. 이런 절박함을 잘 아는 방송사는 평소에 운동할 시간도 없는 아이돌들을 모아놓고 서로 경쟁을 시킨다. 그러다 누군가 다치든 말든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한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말이 생각난다. “We’re not a team, This is competition.”이라는 한 줄의 문장은 모든 연예인들이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동료애도 좋지만 그들은 결국 서로 경쟁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살아남지 못하면 그저 사라질 뿐이다. 그렇게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연예인이 얼마나 많은가?
대한민국은 극단적인 경쟁 사회이다. 어릴 때부터 배우는 것은 옆에 앉은 친구가 동반자가 아니라 경쟁자라는 사실이다. 친구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고, 더 좋은 대학을 가서, 더 나은 직장을 얻고,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배운다. 대놓고 그렇게 가르치진 않아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화려한 연예인을 꿈꾸는 지도 모르겠다. 연예인이 되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엄청난 부를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렇게 되는 수가 얼마인지는 전혀 모른다. 되고 싶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게 아니고, 된다고 해서 잘 되지 않는 게 연예인인데 말이다.
TV를 틀면 경연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노래로, 요리로, 재능으로 하는 경쟁의 전쟁이 수도 없이 펼쳐진다. 누구를 위한 경쟁인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전쟁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은 기꺼이 그 전쟁에 참전한다. 경쟁이 없는 사회는 발전이 없다지만 방송마저 경쟁적으로 경쟁을 부추기는 현실은 참으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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