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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월요일. 서울과 경기 지방에는 첫 대설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리는 중이다. 도로에 쌓인 눈은 치우기 무섭게 다시 쌓이고 차들은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엉금엉금 기어간다. 사람들은 눈을 맞지 않으려고 우산을 쓰지만 바람에 날려서 들이치는 눈을 그대로 맞으며 걸어 다닌다.
비록 눈 때문에 다니기 힘든 날이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와 창문으로 바깥을 바라보는 입장이 되면 평온하기 그지없다. 하늘에서 하염없이 떨어지는 눈송이를 넋을 놓고 바라보면서 괜히 어울리지 않는 낭만에 젖기도 한다. 역시 눈은 사람을 감상적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뭔가 포근하기도 하고 그립기도 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창문은 늘 같은 곳에 있다.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때로는 햇빛이 들어오고, 때로는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는 통로로써 창문은 거기에 있다. 하지만 우리는 까맣게 잊고 살 때가 더 많다. 눈이 오는 것처럼 뭔가 특별한 일이 생겨야 겨우 창문이 거기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내는 사람에게, 창문 밖의 세상은 존재하지만 굳이 눈으로 확인할 필요는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당장 눈앞에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다면 별 새로운 것도 없는 바깥 풍경을 쳐다보고 있어봐야 누가 내 일을 대신해서 처리해 주지는 않으니까.
어떤 날은 정말 미친 듯이 바빠서 모니터만 보다가 끝나는 경우도 있다. 화면에 띄워진 수많은 문서와 인터넷 창들을 정신없이 오가다 보면, 나는 누구고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하게 된다. 머릿속이 온통 일 생각으로만 가득 차서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을 정도이다.
그렇게 하루를 불태우고 나면 과연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성취감과 보람이 느껴질까? 힘든 하루를 끝냈으니 일단 홀가분한 기분은 들겠지만, 매일 하얗게 불태우는 사람이라면 성취감이나 보람 같은 아름다운 감정은 사치이다. 격렬한 연소 작용 끝에 남는 건 까맣게 타 들어간 가슴과 거기에 들어찬 공허감뿐이다.
인생은 100m 단거리가 아니라 42.195km 마라톤과 같다. 무턱대고 계속 전력질주만 했다가는 채 절반도 가지 못하고 경기를 마쳐야 할지도 모른다. 긴 호흡으로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달려야 골인 지점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다. 인생의 목표는 구간 기록 경신이 아니라 코스를 완주하는 것이다.
비록 팍팍한 삶을 살아갈지라도 창문 밖을 보는 것을 주저하진 말자. 잠시 의자에서 일어나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창가로 가보자. 관찰자의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매일 풍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오늘 새롭게 보이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소소한 재미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친구야 창밖을 봐. 눈이 오잖아. 모두 너를 위한 거야. 느낄 수 있니.’라는 노래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잠시 창밖을 바라보는 여유를 잃지 않는 게 우리 삶에 꼭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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