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겨울은 으레 추운 법이지만 요즘 날씨는 너무 변화무쌍하다. 어느 날은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다가도 어느 날은 0도 근처로 올라가는 날씨의 변덕에, 도대체 옷을 얼마나 두껍게 입고 다녀야 할지 고민이 될 지경이다. 삼 일은 춥고 사 일은 따뜻하다는 삼한사온 현상도 옛말이 되어버린 것 같다. 급격한 일교차가 아주 사람을 잡는다.
일교차도 문제지만 실내와 실외의 온도의 차이도 중요하다. 여름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을 강하게 틀기 때문에 실내 온도가 실외보다 낮다. 겨울에는 추위를 피하기 위해 난방을 강하게 하기 때문에 실내 온도가 실외보다 높다. 인간이 더위와 추위를 피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당연한 선택이지만 실내와 실외의 온도가 너무 차이가 나면 건강에 해롭다.
온도의 차이는 자연에서 다양한 현상을 일으킨다. 바람이 부는 건 기압의 차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기압의 차이를 만드는 것도 온도이다. 온도의 차이가 고기압과 저기압을 만들고, 공기가 순환하는 현상인 바람이 불도록 만든다. 또한 구름을 형성하고 눈과 비가 내리게 만드는 장본인도 바로 온도의 차이다.
이렇게 자연에서 발생하는 온도의 차이와는 조금 다른 온도의 차이가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느끼는 온도의 차이 말이다. 사람의 말과 글, 행동에서 느껴지는 온도의 차이는 사람마다 생각하는 방식과 느끼는 감정이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래서 때로는 당혹스럽고 난처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두 친구가 오래간만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치자. 그간 궁금했던 서로의 안부를 묻고 밀려있던 이야기를 한참 재미나게 주고받는다. 그러다 우연히 대화의 주제는 둘이 함께 지냈던 시절로 넘어간다. 한 친구가 “그땐 참 재미있었지?”라고 웃으며 묻는다. 그런데 앞에서 듣던 친구가 정색하며, “나는 아닌데?”라고 대답한다.
참 숨막히게 어색한 순간이다. 그때가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친구의 기억은 온통 즐거웠던 일 투성이다. 반면에 정색하는 친구의 기억에는 그 시절이 마냥 재미있었던 건 아니다. 둘은 서로 같은 경험을 했지만 서로 다른 결론을 내렸고, 여기서 둘 사이에 온도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이라기 보다 단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몇 년 전에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생긴 일이다. 그날 유난히 술을 빨리 마시던 친구는 갑자기 취해서 주사를 부리기 시작했다. 나는 평소에 주사가 있는 사람을 싫어하기 때문에 큰일이 생기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술자리를 서둘러 정리하고 취한 친구를 택시를 태워 보내려고 온갖 실랑이를 벌여야만 했다.
날씨도 춥고 몸도 피곤한 상태에서 친구를 어르고 달래던 나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비틀거리는 친구를 길바닥에 내동댕이쳐버리고 서둘러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와버렸다. 한참 후에 이 사건을 술자리에서 이야기하니 친구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자기가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말하며 오히려 내가 술을 많이 먹어서 힘들었다고 하는 게 아닌가?
미묘한 기억력과 온도의 차이에 당혹감을 느꼈지만 그것도 그대로 괜찮다 싶었다. 마음 같아서는 내 기억력을 무시하지 말라며 따지고 싶었지만 굳이 잘잘못을 따져서 무얼 하겠는가? 서로 다른 바람이 섞인 온도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이해할 수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우린 친구니까.
'생각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067] 한 다스 하실래예? - 일반 Ver. (0) | 2017.12.21 |
|---|---|
| [#066] 온도의 차이 - 동영상 Ver. (0) | 2017.12.20 |
| [#065] 어둠이 찾아올 때 - 동영상 Ver. (0) | 2017.12.19 |
| [#065] 어둠이 찾아올 때 - 일반 Ver. (0) | 2017.12.19 |
| [#064] 내 친구야 창밖을 봐 - 동영상 Ver. (0) | 2017.12.18 |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