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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쓰는 ‘영장’이라는 말은 한자는 똑같이 쓰지만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하나는 남자라면 피할 수 없는 군대 영장(입영 통지서)이고, 다른 하나는 법률 용어로 사람 또는 물건에 대하여 강제 처분의 명령 또는 허가를 내용으로 하는 서류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받으면 기분이 썩 좋지 않다는 거다.
영장은 단순히 종이로 된 입영 통지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신체 건강한 남성으로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기를 촉구하는 독촉장이자, 곧 사회와 격리되어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위치한 부대에서 남자들과 살게 될 미래를 예측한 예언서다. 그래서 영장을 받아 보면 꽤 강한 충격에 휩싸인다.
사회에 미련이 많이 남아있는 이(가령 사귀는 여자 친구가 있거나 하는)에게 이 영장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에 빠지게 만드는 슬픈 소식이다. 언젠가는 무조건 받게 될 운명이라 할지라도 지금은 아니었으면 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니까. 그래서 밀려오는 고민과 걱정에 잠도 못 이루게 만들기도 한다.
내가 영장을 받았을 때는 그 정도의 충격은 아니었다. 아마도 실물을 직접 받은 게 아니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집으로 영장이 나왔다는 소식을 전해 주셨다. 당시는 휴학을 하고 서울에서 친구와 같이 살던 때라 주민등록증 상의 거주지로 간 영장을 알 리가 없었다.
조금 놀랐지만 올게 왔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사회에 있어도 딱히 생산적인 일을 하진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크게 미련이 생기지도 않았다. 다만 입대가 두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아서 하던 아르바이트를 그 달 중으로 정리하고 친구와 지인들에게 입대 소식을 전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 인사를 나눈 후에 고향집으로 돌아갔을 때가 입대하기 3주 전이었다. 특별히 더 정리할 것도 없어서 집에서 빈둥거리며 한동안 먹기 힘들 엄마가 해주는 집밥을 실컷 먹었던 기억이 난다. 영장의 실물도 봤지만 입대하는 그날까지도 실감은 크게 나지 않았다.
다른 의미의 영장, 구속 영장이나 압수 수색영장 같은 것들은 크게 죄를 짓고 살진 않아서 아직까지 받은 적은 없다. 요즘 뉴스를 보면 영장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지난 정권 때 있었던 의혹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영장을 청구하고 구속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인데 오늘도 현역 국회의원 둘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한 명은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수수’, 다른 한 명은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이 영장 청구를 했다. 결과는 늦은 밤에나 나올 텐데 그때까지 어쩌다 자신이 이런 처지가 되었는지 깊이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게 좋을 듯하다. 물론 구속되면 국가에서 제공하는 무료 급식까지 체험할 수 있으니 더 좋겠지만.
군대를 가든 구치소를 가든 기분이 좋을 리는 없지만 운명이다 생각하고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해진다. 다 내려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회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알차게 보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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