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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체’라는 것이 유행한다. 방송과 인터넷에서 범람하고 있는 이것을 보고 있으면, 그 이상함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 가벼움에 코웃음 치기도 하고, 그 무분별함에 혀를 차기도 하는 복잡한 심경이 된다. 단순히 말만 들어서는 왜 그런 의미로 쓰이는지 쉽게 알기 힘들어서 참 앞뒤 맥락이 없는 말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
십대들끼리 쓰는 말은 늘 어른들에게 외국어처럼 들리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나는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급식체 앞에서는 무너지고 말았다. 날이 갈수록 괴상한 말들이 많아지는 듯해서 거부감도 덩달아 커지는 것 같다. 말이 말 같지 않은 세상이지만 최소한 알아들을 수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나이가 들면 점점 꼰대가 된다는데 나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는가 보다. 아무튼 급식체는 썩 내키지 않지만 그나마 거부감이 덜한 표현은 ‘인정? 어, 인정’이 되시겠다. 문자 그대로 서로의 말에 동의하는 표현으로 쉽게 쓰는데 말처럼 인정이 그렇게 쉬울지는 우리가 한 번 깊이 생각해볼 문제이다.
일단 인정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누가 봐도 잘못이고 심지어 스스로도 잘못이라 생각해도, ‘모든 것이 내 잘못이다’하고 시원하게 인정하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보통은 남들이 모르게 잘못을 숨기거나 설사 들통이 나더라도 다른 핑계를 대기 일쑤이다.
그것이 사소한 잘못이 아니라 법적으로 중대한 죄가 성립될 때에도 처음부터 제대로 인정하는 사람은 드물다. 마치 깊은 산속에서 와이파이 신호를 잡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물론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따라서 형량과 벌금이 천차만별이니 그 심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이런 인정하기만큼이나 인정받기도 어렵다. 한 분야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과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장인이나 달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보라. 한 우물을 최소 몇 십 년 이상을 파서 오늘의 자리에 선 사람들이다. 누구든지 오래 하면 똑같이 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말할 순 있지만 일을 해본 사람은 안다. 그렇게 오래 일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시간만 투자한다고 모두의 인정을 받는 건 또 아니다. 적당한 기회와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성공과 인정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없다. TV에 나오는 수많은 아이돌 가수들을 보라. 대부분이 힘든 연습생 시절을 이겨낸 끝에 겨우 연예계에 데뷔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이 대중의 사랑과 인정을 받지 못한 채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다.
이렇듯 인정하고 인정받기란 정말 어렵다. ‘인정? 어, 인정’과 같은 급식체처럼 순식간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그냥 쉽게 인정하고 쉽게 인정받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잘못을 인정하고 싶은 이에게는 큰 용기가, 자신을 인정받고 싶은 이에게는 큰 지지가 필요하다.
인정을 하고 인정을 받는 것은 모두가 짊어진 문제이자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작년부터 꼭 인정했으면 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직도 명쾌한 답이 없다. 부디 올해엔 깨끗하게 인정하고 무거운 대가를 치르길 바란다. 그래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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