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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최강 한파가 전국을 강타했다.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떨어지는 날씨에 땅이 얼고, 물이 얼고, 사람도 얼어붙었다. 게다가 제주도는 폭설로 인해 수 천명이 공항에서 발이 묶인 채 밤을 지새워야 했다. 두꺼운 옷으로 온몸을 꽁꽁 감싸도 보란 듯이 한기는 뼛속까지 파고든다.
갑작스러운 한파에 벌벌 떨다가 문득 전 세계를 강타했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떠올랐다. 원제목인 <Frozen>처럼 대한민국도 꽁꽁 얼어붙은 겨울왕국이 돼버렸다. 전국의 학부모들을 극장 앞으로 소환하고 애니메이션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자랑하는 <겨울왕국>은 그 제목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있다.
거리를 다니면 어느 가게에서나 쉽게 들을 수 있던 노래, 아이들이 하도 따라 불러서 부모들의 귀에 환청이 들리게 만들었던 노래,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은 사람도 제목은 다들 기억하는 노래, 엘사가 자신을 괴롭히는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듯이 부르던 노래, 바로 <Let It Go>이다.
<Let It Go>의 가사를 들여다보면 엘사의 복잡한 심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자신의 능력을 두려워하는 사람들과 그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면서 살아야만 했던 고독과 슬픔. 하지만 이제 나를 속박하는 과거에서 벗어나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주인공의 의지가 담겨있다. 노래 제목 그대로 이제 그만 다 잊어버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Let It Go>와 비슷한 제목으로 나를 헷갈리게 만드는 노래가 있다. 담담한 목소리로 나지막이 읊조리는 듯한 비틀즈의 <Let It Be>는 <Let It Go>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내가 이 곡을 처음 들은 건 중학교 때였는데 비록 가사는 알아듣지 못했지만 멜로디 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시련과 고통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성모 마리아가 나의 귀에 ‘그대로 두세요’라고 지혜의 말씀을 속삭였다는 가사를 보면, 세상을 달관한 사람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경험담처럼 들린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Let It be’를 떠올리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믿음을 가지면 그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다고 말이다.
눈을 감고 멜로디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가사를 정확히 몰라도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었는지 느낄 수 있다. 시련과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이에게 조용히 다가가 따스한 손길로 다독이며 “너무 걱정 마. 잘 될 거야.”라고 말해주는 모습이 눈앞에 떠오르는 것 같지 않은가? <Let It Be>는 그런 힘이 있는 노래다.
<Let It Go>에서는 당찬 청년의 느낌이, <Let It Be>에서는 원숙한 노인의 느낌이 난다. 제목은 비슷하지만 가사와 느낌은 사뭇 다른 두 노래는 후렴구를 바꿔서 불러도 원래 한 곡이었던 것처럼 잘 어울린다.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면 직접 한 번 불러보시길 바란다. 의외로 어울려서 깜짝 놀랄지도.
가끔은 힘든 건 그냥 잊어버리고, 골치 아픈 일은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비록 추운 날씨에 온몸이 얼어붙을지라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다 내려놓으면 우리 마음에도 평화가 찾아온다. 겨울은 원래 추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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