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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연과 먼지로 가득한 도시에서 가끔 시골에 가면 숨 쉬는 공기 자체가 다르다는 게 확연하게 느껴진다. 며칠씩 황사로 희뿌연 하늘만 보다 오랜만에 맑게 갠 하늘을 보면 그간 답답했던 기분까지 활짝 개는 것처럼 느껴진다. 깨끗한 공기와 맑은 하늘의 소중함을 새삼 실감하게 되는 요즘이다.
겨울이라 코가 시린 게 싫어서이기도 하지만 이런 편치 않은 공기 사정 때문에라도 나는 매일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미세먼지를 얼마나 막아줄지는 의문이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스스로 위로해 본다. 마스크로 반쯤 가려진 거울 속의 얼굴이 왠지 더 잘생겨 보인다는 실없는 생각과 함께.
봄철에만 찾아오던 황사가 이제는 겨울에도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사시사철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수시로 경보를 발령할 정도의 문제가 되었다. 이에 서울시는 공공기관 차량 2부제를 실시하고 대중교통 요금을 면제해 주는 적극적인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참 숨 한번 편하게 쉬기 힘든 세상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에게 마스크는 이제 환자의 상징이나 아이돌의 상징이 아닌 생활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거리의 모두가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걸 볼 수 있다. 마스크를 쓰면 여러모로 불편하지만 잠깐만 나갔다 와도 목에 답답함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그 정도 불편함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렇게 마스크는 외부의 나쁜 공기나 병균을 차단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지만 때로는 자신을 숨기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마스크로 얼굴의 일부 또는 전체를 가려서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스크 위로 드러난 눈과 코의 일부 만으로는 누가 누군지 구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의 따가운 눈으로부터 자신을 숨겨야 하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마스크를 쓰고 나타난다. 뉴스에 등장하는 범죄 피의자들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경찰서를 나선다. 또 유명 연예인들의 열애설을 보도하는 기사의 사진들에도 어김없이 마스크를 쓴 조심스러운 연인의 모습이 나온다.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도전자들은 마스크(복면)로 정체를 숨기고 노래를 부른다. 우리는 복면 뒤에서 노래하는 이가 남잔지 여잔지, 가수인지 배운지 전혀 모른다. 오로지 노래만으로 누군지 추측해야 하기에 나중에 복면을 벗은 얼굴을 마주할 때의 충격은 그만큼 크다. 이것이 마스크가 주는 극적인 효과이다.
굳이 따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가식이라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 이유가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든, 자기 보호의 본능이든 간에 이 마스크를 벗는 일은 좀처럼 없다. 스스로 벗지 않는 한 죽을 때까지 그 누구도 마스크 뒤의 얼굴을 볼 수 없다. 무의식에서 나오는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이 꿈틀대는 진짜 얼굴 말이다.
미세먼지의 위험과 세상의 지나친 관심, 그리고 인간관계의 두려움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마스크가 필요하다. 어떤 용도로 쓰든 마스크 자체는 많은 불편함을 가져온다. 그저 편하게 얼굴을 다 드러내고 살수 있으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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