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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체. 단어는 짧지만 울림은 긴 두 음절의 단어.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언제나 합체이다. 작은 로봇 여럿이 모여 큰 로봇이 탄생하는 신기한 합체 장면은 늘 같은 장면이지만 한결같은 감동을 준다. 일본식 표현으로 ‘전대물’이나 ‘메카물’에 나오는 로봇들은 고집스럽게도 합체하고 또 합체한다.
왜 악당들은 합체 도중에는 공격하지 않고 구경만 하느냐고 이의를 제기할 순 있다. 그러나 아무리 무방비에 지루하기까지 한 합체라도 주인공의 합체 시간 보장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불문율이자 미덕이다. 그 정도 여유와 낭만을 가진 악당만이 마지막 회까지 등장해서 장렬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친구네 집에 있는 커다란 로봇 장난감을 보고 부러워한 적이 있다면, 엄마에게 나도 로봇을 사달라고 떼를 쓰다 등짝 스매싱을 당해본 적이 있다면 합체는 소년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극하는 추억의 단어이다. 한참이 지나 어른이 된 지금에도 합체 장면은 가슴 한편에 남아있던 동심에 불을 지핀다.
꼭 로봇이 아니라도 우리 세상에 합체는 필요하다. 혼자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지만 둘이 만나서 합체하면 혼자서는 불가능했던 것들이 가능해진다.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두 가지가 만나서 전혀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 합체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새로운 힘을 각성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어쩌면 남녀의 결혼도 합체로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던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과정이 결혼이다. 합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난과 역경을 견디고 합체 이후에 생기는 부작용들을 극복한다면 둘은 더욱 강한 어른으로 거듭날 것이다.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도 하지만 조금은 미쳐야 세상을 살 수 있다.
분단된 남과 북의 통일도 합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전쟁 이후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과 북은 전혀 다른 이념과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 두 나라의 합체, 통일은 이산가족들만의 염원은 아닐 것이다. 예전만큼 통일에 대한 의식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하나가 되었을 때 얻게 될 정치, 경제, 문화적 이익을 고려하면 이 합체도 꼭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회사 간의 인수합병도 합체이다. 적대적인 인수합병을 제외하고 두 회사의 전략적 판단과 합의 아래 진행되는 이것은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인상적이었던 사례로는 다음과 카카오의 통합법인 출범, 디즈니의 폭스 인수 등을 들 수 있다. 이 합체를 통해 이들은 시장에서 더욱 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합체가 항상 좋은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은 언제든지 이혼으로 끝날 수 있고, 남북의 통일도 실패하면 오히려 분단이 고착화될 수 있으며, 기업 간 인수합병도 기대 이하의 효과를 내고 조직의 융합에 실패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체는 해 볼만한 도박이다.
멋진 합체를 꿈꾸는 이들이 있다. 서로의 색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합당을 추진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색이 비슷한 게 아니라 셈이 비슷할 뿐이다. 계산기를 두들겨보고 제법 이익이 남는 장사라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내가 보기엔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많아 보인다. 처음부터 계산을 잘못했거나 계산한 사람이 바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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