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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두 사람이 있다. 둘 다 똑같이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하지만 그 내용은 사뭇 다르다. 한 사람은 사과와 유감을, 다른 사람은 억울함과 분노를 이야기한다. 그들은 직업도 완전히 다르다. 한 사람은 대법원의 대법원장이고, 다른 사람은 국가대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이다. 이들은 무슨 이유로 입장을 밝혔을까?
첫 번째 사람, 대법원장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회의 결과에 드러난 법관 사찰 파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먼저 조사 결과를 접하고 법원 구성원이 느꼈을 충격과 분노와, 사법부를 신뢰한 국민들의 배신감에 대해 사과했다. 그리고 앞으로 유사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인적 쇄신 조치와 조직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결국 법원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지점에서 사람들은 실망감과 의구심을 드러낸다. 결국 우리들 문제는 우리들끼리 알아서 하겠다는 소린데 과연 셀프 개혁이 얼마나 효과를 볼지 의문이다. 혹시 제 식구들을 감싸고 문제를 서둘러 덮으려는 건 아닌지?
두 번째 사람, 국가대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는 갑작스럽게 퇴촌 명령을 받고 선수촌을 나서면서 심경을 밝혔다. 이 선수는 바뀐 올림픽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한국빙상연맹의 어이없는 실수로 인해 올림픽 출전 불가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한국빙상연맹은 제대로 된 사과 없이 ISU가 잘못된 규정을 알려줬다는 변명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행정착오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실수는 고쳐야 할 대상이지 비난할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실수한 이후의 태도다. 자신들의 실수로 한 선수의 꿈이 망가졌는데도 어쩔 수 없다느니, 우리 잘못이 아니라느니 하면서 책임 회피만 한다면 그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오죽하면 국가대표 선수가 더는 국가를 위해 뛰지 않겠다고 하겠는가?
사회에서 개개인이 가지는 힘은 미약하다. 사회의 규모가 크고 구조가 복잡할수록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들이 생겨난다. 그러나 작은 힘이 모이면 큰 힘이 되듯이, 작은 개인들이 모인 조직은 큰 힘을 발휘한다. 조직은 소속된 개인들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고, 사회에서 보다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고인 물은 썩기 쉽고 권력에는 유혹이 따르기 마련이다. 한 곳에 집중된 권력은 강한 힘을 가지는 동시에 타락할 위험도 높다. “권력은 대부분 부패하며,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액톤 경의 말처럼 권력이 모인 조직들이 부패하는 모습은 이미 틀에 박힌 막장 드라마처럼 익숙한 장면이다.
손에 쥔 알량한 권력과 이익을 지키려 들 때 조직은 조직적이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설령 그것이 자기보호의 본능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행동이라 할지라도 그로 인해 돌이키지 못할 큰 피해를 입은 개인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조직을 위한 희생이라거나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라는 말로 쉽게 넘어갈 수 있을까?
이번에 문제가 된 대법원과 한국빙상연맹 외에도 늘 구설수에 시달리는 공공기관들과 군, 검찰, 경찰, 체육협회 등은 모두 각성하고 반성해야 한다. 먼저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답해 보라. 당신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조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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