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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편

[#097] Coin Rocker - 일반 Ver.

나프탈렌캔디 2018. 2. 5. 13:09





어제 우연찮게 <슈가맨 2> 본 방송을 보게 되었다. 예정에 없던 시청이라서 큰 기대를 하고 본 건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흥미가 생겼다. 처음에 소개된 ‘도그’라는 밴드는 전혀 몰랐기 때문에 그저 그랬지만 두 번째 슈가맨이 소개되고 노래의 전주가 흘러나왔을 때는 뭔가 한 방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흥겨운 리듬과 욕이 아닌 감탄사였다는 ‘이런 제길’이라는 가사가 인상적이었던 노래. 걸(Girl)의 <아스피린>은 기억 한 켠에서 잠자고 있던 아련한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 노래뿐 아니라 이어서 나왔던 이브(EVE)의 <너 그럴 때면>, <I’ll be there>, <Lover> 같은 노래들은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자주 불렀던 곡들이었다.


지금은 찾기 힘든 오락실이라는 곳에 가면 구석에 작은 부스 몇 개가 설치되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겨우 두 명이나 세 명 정도 앉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에 노래방 기기와 모니터, 의자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이것이 바로 ‘코인 노래방’이다. 사실 ‘노래방’이라기보다는 ‘노래 부스’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일반 노래방을 가기엔 부담스러운 학생들에게 코인 노래방은 가격 대비 성능이 최고인 장소였다. 당시 코인 노래방은 한 곡에 삼백 원 정도여서 동전만 넉넉히 바꿔서 들어가면 부르고 싶은 노래들을 마음껏 부를 수 있었다. 또 노래방에서 몇 시간씩 노는 게 아니라 적당히 몇 곡만 부르면서 기분만 내고 싶을 때 코인 노래방만큼 좋은 것이 없었다.


노래방을 처음부터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시끄러운 장소를 싫어하는 나에게 노래방은 지옥 같은 곳이었다. 방 안을 가득 채우며 귀를 멍멍하게 만드는 노랫소리는 귀가 예민한 나에겐 그저 소음에 불과했다. 집에 빨리 가고 싶은데 어른들의 노래는 멈출 줄을 몰랐다. 도대체 그런 데가 뭐가 좋은지 나는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남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도 싫어해서 노래방과 나는 친해지기 힘든 사이였다. 그런데 친구들과 자주 가던 오락실에서 접했던 코인 노래방이라는 신문물은 이런 나를 바꾸어 놓았다. 오락실에 갈 때마다 한두 곡씩 부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미를 느끼게 되었고 노래방에 대한 편견도 이내 사라졌다. 


노래방이 익숙해지니 애창곡도 생겼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일본을 가리지 않고 좋은 노래면 닥치는 대로 불렀다. 상황에 따라서 목을 풀 때 부르는 곡, 흥이 올랐을 때 부르는 곡, 시간이 얼마 없을 때 부르는 곡 등 용도별로 정해져 있었다. 노래를 잘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얼마나 신나게 부르느냐였다. 


그러다 결국 애창곡의 번호를 외우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일단 노래방에 들어가면 노래방 기기 회사를 확인하고 망설임 없이 번호를 눌러서 예약했다. 부르고 싶은 노래는 책을 보지 않아도 언제든지 골라서 부를 수 있었다. 방안에 번쩍이던 미러볼 조명과 목에 핏대를 세우고 노래를 부르던 나와 친구들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오랜만에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열정과 목청으로 노래했던 그 시절, 동전만 있으면 우리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좁디좁은 코인 노래방 안을 록 스피릿으로 가득 채웠던 우리는 이름하여 Coin Rocker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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