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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만으로도 먹고 싶게 만드는 음식이 있다. 배가 고프면 고픈 대로, 부르면 부른 대로 이 음식은 일단 코로 냄새를 맡는 순간부터 입안에 침이 고이게 만든다. 이것을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조용하고 강하게 언제 어디서든 미친 존재감을 드러낸다.
먼저 춘장이 특유의 짠 냄새가 코를 탁 친다. 다음은 뜨겁게 달궈진 기름에 볶아진 돼지고기의 고소한 향이 콧구멍을 간질이고 마지막으로 불과 만난 채소의 냄새 부대가 콧속을 사정없이 파고든다.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진 않지만 기름과 고기, 채소가 불과 만나 이뤄낸 완벽한 하모니가 이 음식의 마법 같은 냄새를 만든다.
우리는 새 집으로 이사할 때, 당구장에서 내기 당구를 칠 때, 주말에 밥하기가 귀찮을 때, 블랙 데이 때, 짜증날 때 등 다양한 상황과 이유로 이 음식을 찾는다. 예전에는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으로 지갑이 가벼운 이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지만 아쉽게도 이제는 백반 가격과 맞먹을 정도로 비싸져서 그 자리는 편의점 도시락이 대신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흔한 음식이지만, 예전엔 생일이나 졸업식 같은 특별한 날에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의 하나였다. 내가 이것을 처음 먹었을 때 가격은 1500원 정도다. 1500원은 지금 편의점에서 음료수 한 캔 정도 살 수 있는 돈이지만 그땐 보통 한 그릇은 먹을 수 있었다. 기분 내고 싶을 땐 500원을 더 내고 곱빼기를 시켜도 부담스럽지 않는 착한 가격이다.
그 시절, 동네에서 유명한 OO반점에 주문을 하면 총알같이 집으로 배달이 왔었다. 따끈따끈한 그릇을 받아 들고 랩을 뜯으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고, 춘장 소스 위에는 삶은 계란 반 개와 완두콩, 옥수수, 오이가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다. 나무젓가락을 뜯어 밑에 깔린 노란 면을 쓱쓱 비벼 서 한 입 가득 빨아 당기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소스 위의 고명들이 자취를 감췄다. 달걀이 메추리 알로 바뀌었다가 사라지고, 완두콩과 옥수수는 빠지고, 마지막으로 오이 마저 없어져 버렸다. 가끔 무순 몇 가닥이 올려져 있기도 하지만 예전과 다른 초라한 모습에 아쉬움이 가득해진다. 그저 빨간 고춧가루를 뿌리고 비빌 뿐이다. 아무리 물가가 올랐다지만 예전의 아름다웠던 모습은 다신 볼 수 없는 거니?
사실 엄청나게 맛있는 것도 아니고 몸에 좋은 음식도 아닌데 왜 우리는 이 음식에 열광하는 것일까? 다 먹고 나면 입안에 남는 느끼함과 텁텁함이 조금은 불쾌하고, 면이 불어서 배가 가득 차다 못해 더부룩한 느낌이 들어 콜라 한 사발이 당기게 만든다. 하지만 매번 먹어도 질리지 않고 자꾸 먹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여전히 우리에겐 좋은 밥 친구이다.
기름지고 달달한 맛을 좋아해서 먹는 사람도 있고, 옛 추억을 떠올리려 먹는 사람도 있고, 그나마 싸고 빨리 배달되는 메뉴라서 먹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유가 어떻든 간에 먹는 즐거움을 찾는다면 이 음식을 뺀다는 건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언제나 너와 나의 점심 메뉴 0순위로 올라가 있다. 여러분도 오늘 점심으로 OK?
가끔은 국물이 먹고 싶어 짬뽕을 시킬 때도 있고, 밥이 먹고 싶어 볶음밥을 시킬 때도 있지만 남이 이것을 먹는 걸 보면 괜히 식탐이 생긴다. 친구야, 비록 내가 딴걸 먹고 있지만 너의 짜장을 먹고 싶어.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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