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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많은 말을 하며 살아간다. 설명하는 말, 설득하는 말, 주장하는 말, 소개하는 말, 고백하는 말, 사과하는 말, 농담하는 말, 협박하는 말 등 각각의 상황에 적합한 말을 골라서 해야 한다. 적당한 때에 적당한 말을 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도, 사회적인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제대로 말할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침묵하는 게 낫다.
나는 어지간하면 남을 부러워하지 않지만 딱 한 가지가 부러운 것이 있다면 말을 조리 있게 잘 하는 사람이다. 홈쇼핑의 쇼핑 호스트처럼 설득력이 뚝뚝 묻어나서 전화를 걸게 만들게 할 수 있었다면 사는 게 더 편해지지 않았을까? 그런데 남이 말을 지나치게 잘하면 경계하면서 믿지 않는다. 현란하게 쏟아지는 말을 듣다 보면 이게 어디서 약을 파나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말을 하든 TV나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SNS는 발 없는 말들을 천 리가 아닌 만 리까지도 보낼 수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에 어떤 이는 돈을 잃고, 다른 이는 직업을 잃으며, 또 다른 이는 사회에서 매장당한다. 늘 조심하지 않으면 언제든 자기가 한 말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 가뜩이나 말하기 어려운데 더 조심해서 해야 하는 세상이 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말의 무서움을 잘 모르고 막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일단 발뺌하고 보는 사람, 남을 뚜렷한 근거 없이 비난부터 하고 보는 사람,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나 존중 없이 비수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 알만한 점잖으신 분들이 보면 특히 이런 경우가 많다.
그들은 왜 그런 말을 할까? 금방 탄로날 거짓말을, 누가 들어도 말이 안 되는 말을, 나이 먹고 차마 입에 담기 상스러운 말을, 도대체 왜 하는 것일까? 가끔 그들의 머리에 뇌가 존재하는지 심각하게 궁금해진다. 웃기는 건 그런 사람들이 또 체면과 격을 엄청 따진다는 사실이다. 남이 조금만 거슬리는 말을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격이 떨어진다며 깎아 내리기 바쁘다.
“그게 말이냐 막걸리냐?”
말을 막걸리처럼 제대로 거르지 않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말이 뇌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입으로 나온다면 막걸리만도 못하다. 막걸리는 마실 수 있지만 말은 마시지도, 주워 담지도 못한다. 말을 할 때는 제발 뇌라는 체를 써서 꼭 거른 다음에 하자.
나는 오늘 인터넷 기사에서 본 누군가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은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의 피해자라는 그 주장은 누구의 생각인지 모르지만 크게 잘못된 전략이다. 그게 말인가 막걸리인가? 어디 대한민국 헌법을 어겨서 헌법에 의해 쫓겨난 사람이 입에 담을 말인가? 가해자가 하는 피해자 코스프레처럼 우스꽝스럽고 역겨운 것도 없다.
지키지도 못한 ‘헌법정신’을 찾는 사람에게 ‘힙합정신’으로 가뿐하게 라임을 실어 날려주자.
“방금 한 말은 말이냐 막걸리 한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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