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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휴대전화번호, 이메일, 공인인증서, 아이디, 패스워드 등의 공통점은 모두 당신을 특정하거나 추적할 수 있는 정보인 동시에, 당신이 모른 사이에 차곡차곡 어딘가에 늘 쌓이는 정보라는 점이다. 이제는 ‘너는 누구냐?’라는 질문을 받으면 거기에 있는 게 나라고 해도 내가 나임을 증명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내가 아닌 게 되는 아이러니한 세계가 되었다.
1과 0으로 기록된 정보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보물이 되거나, 때로는 나쁜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이제는 정보를 보다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고,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지켜야만 한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정보를 훔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창의 공격은 나날이 거세지지만 방패의 방어는 늘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완벽하다고 말하는 시스템도 결국은 사람이 만든 것이라 약점은 늘 존재한다. 아주 미세한 틈만 있어도 비집고 들어와 전부를 파괴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정보는 자신이 지킨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꼭 보안 전문가가 아니라도 사소한 주의사항들만 잘 지키면 기본적인 피해는 막을 수 있다.
내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서 이렇듯 강하게 말하는 이유는 피해를 입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 고등학생일 때, 어느 날 내 앞으로 우편물 하나가 도착했다. 봉투를 뜯어 보니 빨간 글씨가 가득한 독촉장이 들어 있었다. 어서 밀린 PC통신 요금(옛날 사람!)을 내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될 거라는 무시무시한 내용이었다.
문제는 나는 그 회사의 PC통신을 이용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는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로 인한 주민등록번호 도용 피해가 급증해서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던 때였다. 졸지에 범죄의 피해자가 된 나는 황당함과 동시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바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겨우 고등학생인 주제에 흥분까지 했으니 조리 있는 의사 표시가 되었을 리가 없었다.
내 주민등록번호를 누가 도용해서 쓴 것이고 나는 피해자니까 한 푼도 낼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던 걸로 기억한다. 정확히 어떻게 결론을 내고 끊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이후로 독촉장은 다시 오지 않았다. 당시 자주 발생했던 일이라 거기서도 알아서 잘 처리해 준 것 같았다. 겨우 십대에 독촉장을 받았던 경험은 이후 내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 후로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크게 피해를 받았던 적은 없지만 그 후로 개인정보에 대해 굉장히 예민해졌다.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모르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 아는 척을 하기 시작하면 무섭게 따져 물었다. 내 번호랑 이름을 어디서 어떻게 알았느냐고 말이다. 그러면 늘 내가 어느 사이트에서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를 했기 때문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겨우 동의 한 번에 내 개인정보가 헐값으로 여기 저기 팔려서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불쾌했다. 그러나 이젠 개인정보를 완벽하게 지키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믿었던 대기업들이 줄줄이 해킹 피해를 당했고, 오죽하면 구글로 검색하면 내 휴대전화 번호가 중국 인터넷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다는 말도 있겠는가.
그래도 믿을 건 나밖에 없으니 눈을 부릅뜨고 조심 또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될 대로 되라 식의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어차피 내 개인정보는 전 세계인이 다 알고 있는데 무슨 소용이냐며. 혹시 나는 스팸을 받기 위해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기왕이면 구워서 먹을 수 있는 스팸을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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