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외국을 나가거나 외국 사람과 대화하다 보면 문화적 차이를 느낄 때가 있다.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어느 나라든지 자세히 알아볼 수 있고, 직접 가볼 수도 있어서 우리에게 외국 문화가 낯설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엄연히 우리와는 다른 점들이 존재하고, 때론 그 다름의 정도가 생각보다 커서 충격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충격은 꼭 외국에서만 느끼는 건 아니다. 한곳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거기서만 살지 않는 이상, 차를 타고 조금만 멀리 가보면 같은 것 같지만 조금은 낯선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좁게만 느껴지는 이 대한민국 땅에서도 지역에 따라 말, 음식, 풍습 등이 다른 것이다. 흔히 지역색이란 말이 바로 그런 것을 뜻한다.
지금이야 경기도에 살면서 서울로 직장을 다니지만, 스무 살 이전에는 경상도에서 살았다. 거의 20년 가까이 한 동네에서만 살아서, 내가 보고 아는 세상은 딱 그 정도였다. 고향을 크게 벗어나 본 적 없는 우물 안 개구리가,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의 설렘과 낯섦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고 서툰 촌사람에게 서울은 너무 넓고 복잡했다.
서울에서 처음 느꼈던 문화 충격은 의외로 ‘서울말’이 아니라 다른 것이었다. 바글거리는 사람들도, 미로 같은 지하철도 괜찮았지만, 의외로 분식집에서 먹었던 김치볶음밥에 큰 충격을 먹었다. 어느 동네에서 시켜도 볼 수 있는 잘 볶은 김치볶음밥 위에 계란 후라이(난 이 말이 정겹고 좋다) 하나가 올려져 있는 평범한 모습이었지만 문제는 그 맛이었다.
맛이 너무 싱거워서 아예 간을 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다. 아무 간을 하지 않은 오므라이스 속의 볶음밥을 먹는 느낌. 뭔가 맵거나 짜고, 시거나 달고 해야 하는데 입 속에서 기름 맛만 나는 김치볶음밥은 내게 충격 그 자체였다. 먹으면서 계속 ‘이게 무슨 맛이야?’를 속으로 했던 것 같다. 우리 동네 말로 ‘니 맛도 내 맛도 없는’ 상태였다.
그 집만 그랬던 게 아니라 어디를 가서 무엇을 먹든지 싱겁게 느껴졌다.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먹던 고향의 음식이 서울이나 경기도 쪽에 비해 간이 센 것이었다. 20년이나 그런 음식을 먹던 사람이 갑자기 간이 약한 음식을 먹었으니 맛있게 느껴졌을 리가 없다. 요즘이야 워낙 객지생활을 한 지도 오래됐고, 파는 음식들이 다 간이 세서 그런 차이는 느낄 수 없지만.
또 다른 문화 충격은 나랏 말싸미 듕긕에 달아 서로 사맛디 아니한 것이 아니라, 서울말이 고향말과 달라 겪었던 일이다. 막 서울에 올라왔을 때는 아직 서울말이 서툴렀다(좀 웃기는 말이긴 하다. 어차피 다 한국말인데). 그런데 어느 날 학교 선배와 이야기를 하던 중에 선배가 내가 한 말을 못 알아 듣는 것이었다.
억양은 비록 사투리가 섞여 있지만 단어는 전부 표준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20년 넘게 쓰던 말이 하루 아침에 바뀔 리 없으니, 편하게 말하는 사이에 고향말이 섞였던 거다. 사투리를 쓰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진 않지만 내 말에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가 섞여있다는 것에 적잖이 놀랐다.
타향살이를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도 자신의 고향과 다른 말을 쓰는 동네에 살아본 적 있다면 오늘 이야기를 조금 공감할 수도 있겠다. 한국에서든 외국에서든 다름을 발견하는 건 그저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지 좋고 나쁨을 따지려는 것은 아니다. 다름을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모두가 같이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030] 거 광고하기 딱 좋은 날이네 - 일반 Ver. (0) | 2017.10.30 |
|---|---|
| [#029] 문화 충격 - 동영상 Ver. (0) | 2017.10.27 |
| [#028] 스팸을 받기 위한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 - 동영상 Ver. (0) | 2017.10.26 |
| [#028] 스팸을 받기 위한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 - 일반 Ver. (0) | 2017.10.26 |
| [#027] 살아있네 - 동영상 Ver. (0) | 2017.10.25 |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