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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를 좋아해서 자주 보는 편이다. 영화를 고를 때 줄거리와 출연진, 예고편 등의 기본 정보를 확인한 후에 재미있을 것 같으면 장르와 상관없이 일단 본다. 그게 화끈한 액션 영화일 수도 있고, 배꼽 빠지게 웃긴 코미디 영화일 수도 있으며, 눈물샘을 쥐어짜는 로맨스 영화일 수도 있다.
볼만한 영화를 찾다 보면 가끔 이게 뭔가 싶은 영화가 있다. ‘B급 영화’가 바로 그런 존재다. B급 영화는 단순히 저예산, 저품질 영화라기보다는 ‘B급 정서’를 담은 영화라고 보는 게 맞다. 일반적인 영화가 소화하기 힘든 비주류의 정서(B급 정서), 이를테면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표현들과, 점잖은 사람은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나 화장실 유머로 가득한 영화이다.
B급 영화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패러디 영화이다. 패러디 영화는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나의 성향과도 아주 잘 맞는데, 어쩜 저렇게 기발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울 때가 많다. 여기저기서 가져와서 자르고, 붙이고, 비틀고, 꼬아서 만든 장면들을 보면서 저게 어느 영화의 어떤 장면을 패러디 한 건지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패러디 영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서운 영화> 시리즈다. 무려 5편까지 나온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갖 패러디로 가득하다. 유명한 영화 하나를 선택해서 기본 줄거리를 만들고, 거기에 다른 영화의 요소들을 가져와서 한데 버무린 비빔밥 같은 영화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 세세한 부분까지 패러디하는 능력에 감탄했다.
<무서운 영화> 시리즈 이후로 무수한 패러디 영화가 나왔지만 대부분 실망스러웠다. 이미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엔, 따라 하기에만 바쁜 어설픈 패러디는 비웃음조차 아까울 정도였으니까. 단순히 따라 하는 것은 패러디가 아니다. 원작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없으면 좋은 패러디가 나올 수 없다.
놀랍게도 한국 영화 중에도 <재밌는 영화>라는 걸작이 있다. 먼저 출연진의 면면을 보고 한 번 놀라고, 다음으로 영화 <쉬리>를 패러디 했다는 사실에 또 놀란다. 그러나 이 영화가 최초로 한국 정서에 맞는 패러디를 시도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또 제목처럼 재밌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제는 아무리 봐도 박스 오피스에서 패러디 영화를 찾기는 힘들다. 아마도 제작비와 흥행 수익 때문이겠지만 패러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매우 애석한 일이다. 좀 더 독하고 기발한 패러디 영화가 많이 제작되길 바라지만, 또 언제 나올지 기약은 없다. 엄청난 제작비의 블록버스터도 좋지만, 작지만 강한 웃음 펀치가 있는 패러디 영화도 나쁘지 않은데 말이다.
아쉬운 대로 시사 코미디에 나오는 패러디를 보며 낄낄거리는 것에 만족하며 살았건만, 그것마저도 정부가 나서서 못 만들게 하는 엄혹한 시절이 근 10년이나 이어졌다. 참 급 떨어지고 후진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이 나라를 운영하고 있었구나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릴 지경이다. 유머 감각도 없는 사람들 같으니.
꼭 영화가 아니더라도 모든 패러디는 나의 취향을 저격한다. 그래서 내가 쓰는 모든 글과 제목에도 패러디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존경의 의미로 쓸 때도 있고 비꼬는 의미로 쓸 때도 있다. 오늘 제목도 패러디다. 결과가 성공적인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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