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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술을 처음으로 마신 건 스무 살 때였다. 물론 그전에도 수능 백일 전에 친구가 받아온 백일주(막걸리)를 조금 마셔봤지만 떳떳하게 술자리에 앉아 제대로 마신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처음 마셔본 소주는 정말 무슨 맛으로 먹는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썼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4월까지는 거의 매일 술을 마신 것 같다. 무슨 술자리가 그렇게 많은지 술 마시려고 대학교를 다니나 싶을 정도였다. 물론 나도 그런 분위기에 취해 멋모르고 거의 모든 술자리에 참석했지만 말이다. 그러면서 깨달은 건 내 몸이 술이 잘 받는 체질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근데 매일 마시니 술이 조금 느는 것도 같았다. 그러면서 나는 술을 아무리 마셔도 필름이 끊기지 않는다는 것도 발견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절하기 전에 먹었던 걸 다 토해버리니까. 화장실에서 전부 쏟아내고 나면 어질어질하던 정신도 다시 말짱해졌다. 그걸 보던 한 선배는 나에게 ‘너는 술을 먹여도 취하거나 망가지는 맛이 없는 재미없는 놈’이라고 했다.
어떤 연예인이 말했던 것처럼 나는 ‘토·마·토’였다. 토하고 마시고 토하고. 술을 안 먹던 간이라서 그런지 해독도 잘 되는 것 같았다. 좀 자고 라면으로 해장하고 나면 다시 몸이 쌩쌩해졌다. 단점이라면 술 먹고 자느라 수업은 물론 집에도 거의 못 갔다는 정도일까? 돌이켜보면 참 불량한 대학생이었다.
하지만 술자리에서 마지막까지 정신이 말짱한 채로 있다는 건 마냥 좋은 일이 아니었다. 술에 취해 널브러져 있는 선배들을 방에 데려다 눕히고, 나도 구석에서 잠을 청하는 뒤치다꺼리를 해야만 했다. 가끔 생기는 일이면 괜찮은데 매번 돌아가면서 바뀌는 사람을 나르는 게 귀찮았다. 뭐 그러면서 친해진 선배들이 많아져서 좋긴 했다.
이제는 제법 술을 즐기는 나이가 되었지만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철칙이 하나 있다. 술은 반드시 자기 주량에 맞게 마셔야 한다는 거다. 어딜 가나 술 버릇이 나쁜 사람이 꼭 있는데, 이들의 문제는 평소엔 좋다가 술만 들어가면 사고를 친다는 점이다.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폭력적으로 변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친다.
우리나라는 술에 대해서 관대한 편이다. 술을 마시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면서 넘길 때가 많다. 심지어 법을 어겼을 때에도 음주로 인해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핑계를 댄다. 하지만 나는 술과 관련된 범죄는 좀 더 엄하게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술은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어서 훨씬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무수한 연예인들이 술 때문에 나가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오던 얼굴이 9시 뉴스에 나오는 순간,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은 끝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좋은 뉴스보다 나쁜 뉴스를 더 오래 기억하기 때문이다. 한번의 실수가 영원한 낙인이 되어서 그를 따라다닌다.
술을 절제해서 마실 자신이 없으면 아예 마시지 않는 편이 낫다. 아무리 기분이 좋거나 나쁜 일이 생겨도 이기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면 늘 마무리가 좋지 않다. 술은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 주(酒)님은 술을 처먹는 자를 용서하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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