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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편

[#053] 유행 따라 삼만 리 - 일반 Ver.

나프탈렌캔디 2017. 12. 1. 06:55





지하철에서 요새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평창 롱 패딩’을 입은 사람을 보았다. 왼쪽 팔뚝의 ‘Passion Connected’라는 문구로 단박에 알아차렸는데 어떻게 구했는지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품으로 제작된 롱 패딩은, 뛰어난 가성비와 놓치고 싶지 않은 한정판의 매력으로 사람들을 몇 시간이고 서서 기다리게 만들었다. 


요새 롱 패딩이 유행이란다. 그래서인지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중에 몇 명은 꼭 입고 있다. 보통 무릎 정도에서 길면 발목까지도 내려오는 롱 패딩은, 또 하나의 ‘등골 브레이커’라는 악명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엄청 따뜻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움직이기 불편해 보여서 좋아하지 않는다.


올해엔 뭐가 유행했었는지 생각해보니 ‘포켓몬 GO’가 제일 처음 떠오른다. 세계적으로 엄청난 붐을 불러일으켰던 그 게임은, 평소에 밖으로 나가지 않던 사람도 제 발로 나가게 만들고, 걸어 다니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던 사람도 몇 킬로를 거뜬히 걷게 만들 정도였다. 포켓 스톱이 있는 곳에는 포켓몬을 잡으러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그렇게 뜨겁던 ‘포켓몬 GO’의 열기도 어느 순간 싸늘하게 식었다. 모두가 동시에 기억을 잃어버린 것처럼 아무도 그것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유행이 지났을 뿐이다. 아마 롱 패딩도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요새 누가 그걸 입느냐면서 고개를 저을 것이다. 유행은 원래 그런 거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른 나라에는 살아보지 못했지만, 이렇게까지 유행에 신경쓰며 사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호기심이 많다고 해야 하나, 허영심이 많다고 해야 하나? 마치 남이 하면 나도 무조건 해야 한다는 불문율이라도 존재하는 것 같다. 유행이라는 말 한마디면 다들 주저하지 않고 달려든다. 


남들이 입는 옷을 입고, 남들이 먹는 것을 먹고, 남들이 가는 곳을 가는 게 좋은 걸까? 좋은 건 나누며 사는 게 우리네 정서라 해도, 모두가 똑같아지면 오히려 너무 재미없는 세상이 되는 건 아닐까? 나도 호기심이 많고 늘 새로운 것에 목마른 사람이지만 남들이 한다고 해서 다 따라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학창시절 ‘스타크래프트’가 전국을 강타했을 때도 나는 시큰둥했었다. 반 친구들은 쉬는 시간만 되면 모여서 스타크래프트 이야기만 해댔다. 뭐가 그리 재미있길래 그렇게 난리인가 싶어서 게임 잡지를 찾아보고 직접 해보기도 했다. 분명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나는 ‘피파’ 시리즈가 훨씬 더 좋았다. 


유행은 누가 만드는 걸까? 나는 잘 모르겠다. 내년엔 무슨 색의 옷이 유행한다느니, 소비 트렌드가 어떻게 될 거라느니 하는 말들을 들으면 그건 도대체 누가 정한 건지 물어보고 싶다. 유명인이 해서 유행이 되는 걸까, 사람들이 많이 해서 유행이 되는 걸까? 도대체 누가 유행을 만들어 내는 걸까? 


앞으로도 수많은 유행이 왔다가 사라지고, 또 돌아오기를 반복할 것이다. 너무 빠르게 바뀌어서 따라잡기 힘들지만 롱 패딩도 언젠가 다시 유행하는 날이 오겠지. 그땐 한 번 사줄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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