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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1에는 시작의 의미가 담겨 있다. 숫자는 1부터 세고, 시간은 1초부터 재며, 날짜는 1일부터 시작한다. 1 이전에 0이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0은 아무것도 없음을 뜻할 뿐이다. 숫자도, 시간도, 날짜도 시작하지 않으면 2나, 2초, 2일이 올 수 없다. 일단 1로 시작해야 그다음도 의미가 있다.
시작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 때문에 ‘첫인사’, ‘첫사랑’, ‘첫인상’, ‘첫돌’ 같이 ‘첫’이 붙는 말은 우리의 뇌리에 더 강하게 남는다. 어딘가 어설프고 낯설면서 설레는 느낌이 가득한 이런 말들은 추억의 좋은 소재가 된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일들의 끝은 어땠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늘 마무리가 중요하다고 말해도 결국 시작만큼은 아닌 걸까?
숫자 1에는 또 우열의 의미가 있다. 등수는 1등이, 순위는 1위가, 등급은 1등급이 최고이다. 우리는 인생에 있어서 이런 것들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엄청나게 신경 쓰고 연연하면서 산다. 그래도 모든 것에 이렇게 등수와 순위와 등급을 매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를 그렇게 집착하게 만드는 까닭은 세상이 1등만 주목하고 1등만 기억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는 기억해도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딴 선수는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선수들이 쏟은 노력은 금메달과 동메달로 쉽게 나눌 수 없다. 사실 세계적인 대회에서 입상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영화에서도 1은 의미가 있다. 1편이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 애초부터 시리즈로 계획되지 않았던 영화일지라도 1편의 흥행에 힘입어 속편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수많은 속편들은 애석하게도 대부분 혹평을 받고서 극장에서 사라지지만 말이다.
물론 속편의 저주를 벗어난 영화도 있다. 오히려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인기가 높아지고 훌륭한 흥행 성적표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극히 드문 일에 불과하다. 속편이 본편을 넘어선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 왜냐하면 얄팍한 상술과 뻔한 이야기로 속편을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음반의 경우에도 1집이 제일 좋다. 가수의 경력이 길든 짧든 간에, 오랫동안 사랑받는 노래들은 대부분 1집에 수록된 곡들이다. 물론 나중에 나온 음반들에 비해 조금은 어설프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듯이 첫 앨범에 깊이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세월이 갈수록 기술과 실력은 깊어지고 거기서 오는 감동이 있다. 그래도 사람들은 1집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제대로 다듬지 않아서 거칠고 실험정신과 열정으로 가득한 곡들에서 전해지는 특유의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직구처럼 와서 꽂히는 묵직한 감동은 사람들이 1집을 좋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우리들은 이렇게 1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1이라는 숫자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사용하든 간에 너무 1에만 집착하지는 말자. 인생에는 2와 3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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