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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엔 모든 사람들이 하늘의 달을 주목했다. 달이 지구에 가까이 접근해 크게 보이는 '슈퍼문'과 한 달에 보름달이 두 번 뜨는 '블루문', 개기월식으로 보름달이 붉게 보이는 '블러드문'이 모두 겹친 한 마디로 달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날이었다. 항상 보는 달이지만 때로는 이렇게 특별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TV를 틀었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우연히 <종이 달>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제목에 이끌려서 보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흡인력이 있어서 끝까지 보게 되었다. <종이 달>은 실제로 일본 은행에서 일어났던 공금 횡령 사건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 원작이다.
평범한 주부였던 주인공 리카는 우연히 은행의 채용공고를 보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그런데 의외로 높은 실적을 올리고 바로 계약직 사원이 된다. 단정한 유니폼을 입고 자전거로 온 마을을 누비며 고객들의 은행 업무를 도와준다. 매일 방문하는 고객의 집에서 그녀는 부유층의 일상을 엿본다.
고액의 돈을 서슴없이 입출금 하고, 고급 외제차와 귀금속을 거침없이 사는 그들의 모습은 은행 대출을 어떻게 빨리 갚을지 걱정하고, 손목시계 하나 사는 데도 한참을 고민하는 자신의 처지와는 너무 차이가 났다. 그러던 어느 날, 외근을 나갔다 회사로 복귀하는 길에 들른 백화점에서 그녀는 충동적으로 고가의 화장품을 구매한다.
현금이 부족했던 그녀는 고객의 예금에서 몰래 돈을 꺼내서 화장품 값을 지불하고 회사로 돌아가 바로 돈을 채워 넣는다. 이것이 그녀의 일탈의 시작이었다. 고객의 손자인 대학생 코타와 남편 몰래 사귀기 시작하고, 학비 때문에 거액의 빚을 졌다는 코타의 사정을 들은 그녀는, 다시 고객의 돈에 손을 댄다.
한번 선을 넘은 그녀에게 더 이상 거리낌도 무서움도 없다. 이제는 상습적으로 회사의 돈을 횡령하기 시작한다. 전표 금액과 도장을 위조하고, 가짜 예금 상품을 판매하는 등 수법은 점점 대담하고 치밀해진다. 장부까지 써서 관리해야 할 정도로 횡령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녀는 이제 돈의 맛을 알아버렸다.
리카는 명품으로 온몸을 치장하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연하의 애인과 호텔 스위트룸에서 달콤한 밤을 보내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긴다. 남의 돈으로 시작된 그녀의 화려하고 은밀한 이중생활은 영원하지 않았다. 그것은 종이 달처럼 모두 가짜에 불과했다. 가짜 행복 속의 그녀는 공허감만 커져갈 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믿었던 애인 코타의 거짓말이 들통나고 심지어 다른 여자와 한 침대에 있는 장면까지 목격한다. 게다가 그녀를 수상하게 여겼던 회사 동료에게 공금 횡령 사실을 들키고 말았다. 애인과 직장, 그리고 가정까지 잃어버릴 위험에 빠진 리카는 현실에서 도망치기 시작한다. 달리고 또 달려서 저 멀리 달아나 버린다.
리카가 손으로 지웠던 새벽하늘의 달은 종이로 된 가짜 달이지만, 이번에 개기월식으로 사라졌던 달은 진짜 달이다. ‘종이 달’처럼 금방 사라지고 마는 가짜 행복보다, 잠시 그림자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아도 늘 그 자리에 있는 진짜 달과 같은 행복이 뭔지 깨닫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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