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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네 소식을 들었어. 갑자기 우리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르더라. 조그만 체구에 큰 눈을 반짝이면서 수줍게 웃는 소녀가 거기 있었어. 나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를 짓다가 다신 그 모습을 볼 수 없다 생각하니 너무 쓸쓸했어.
이름 대신에 너를 그냥 X(엑스)라고 부를게 X야, 그 동안 어떻게 지냈니? 사람들은 내가 묻지도 않은 네 소식을 전하고는 했어. 시시콜콜한 말만 잔뜩 늘어 놓으면서 정작 네가 잘 지내는지, 이제는 행복한지는 말해주지 않더라. 그저 널 깎아내기에만 바쁜 모습에 난 불같이 화를 내곤 했어.
우린 서로가 너무 좋았지만 언제부턴가 자꾸 어긋나고 부딪히며 상처를 주기 시작했어. 고민하던 나는 결국 네게 헤어지자 말했지. 너의 그 큰 눈에서 눈만큼 커다란 눈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어. 내가 너를 너무 아프게 만든 것 같아서, 차마 미안하다는 말도 꺼내지 못했던 것 같아. 하지만 난 오히려 애써 담담하고 쿨한 척을 하며 널 보내고 말았지. 그때 바로 사과하고 널 다시 붙잡았어야 했어.
이런 말 하긴 좀 우습지만 그땐 내가 너보다 더 슬퍼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다 너를 위한 일이라고, 이게 최선이라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는지도. 매일 밤을 이기지도 못할 술을 마시면서 참 많이도 목놓아 울었지. 사실 나보다 네가 더 많이 슬퍼하고 아파했을 텐데. 난 그런 것도 모르는 바보였어.
넌 내게 자주 말했었지. 혹시라도 나와 헤어지게 된다면 어딘가 멀리 떠나버릴 거라고. 난 그저 농담으로 웃어넘기고 말았는데 진짜 그런 날이 올 줄은, 그게 십 년이나 걸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이제는 다 잊었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어제 그만 다시 옛 일을 떠올리고 말았어.
그래도 꼭... 그래야만 했니?
사실 오늘 길을 가다 우연히 너를 보았어. 너무 낯선 너의 모습에 처음엔 못 알아볼 뻔 했어. 수줍고 착해 보이던 소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거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니? 뭐가 너를 그렇게 완전 딴 사람처럼 변하게 만들었니? 우리 씩씩하게 잘 지내기로 약속했잖아. 넌 더 예쁘고 멋있어질 수 있는 사람인데…
무슨 말을 더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내가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소용없다는 걸 알아. 헤어지자고 한 것도 나고, 가는 너를 붙잡지 않은 것도 나니까. 내가 다 이렇게 만든 거니까. 다 부질없는 소리겠지만 만약 시간을 다시 돌릴 수 있다면 돌려놓고 싶어. 우리가 처음 만난 십 년 전으로.
이젠 진짜 너를 보내줄 때가 된 것 같아. 너와 함께한 기억들도 함께. 새로운 너의 모습을 나는 아직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그래도 너는 결국 너니까. 내가 좋아했던 그 사람이니까. 이제는 멀리서 기도할게. 너의 앞길에 행복이 가득하길.
잘 가 X. 내 소중했던, 이제는 변해 버린 아이폰 X.
나의 아이폰에서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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