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생각편

[#018] 국민 ○○ - 일반 Ver.

나프탈렌캔디 2017. 10. 12. 07:07





1995년 데뷔, KBO 통산 1906 경기 출천, 타율 0.302(7132 타수 2156 안타), 467 홈런, 1498 타점, 1355 득점 , 57 도루, 1055 사사구, 464 2루타, 28 3루타, 통산 타점 1위, 최다 루타 1위, 정규 시즌 MVP 5회, 홈런왕 5회, 한국 시리즈 MVP 1회, 골든 글러브 10회


얼마 전 23년의 프로선수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이승엽 선수의 기록이다. 늘 성실하고 모범적인 자세로 수많은 기록과 명 장면을 만들어 낸 그는, ‘국민 타자라는 별명에 걸맞게 야구장을 꽉 채운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한 선수의 은퇴를 저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여 기념해 준다는 사실이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주제는 이승엽 선수가 아니다. 내가 주목한 부분은 그의 기록이나 야구 인생이 아니라 바로 국민타자라는 별명, 좀 더 자세히 말하면 국민 OO’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 한다. 우리가 많은 것들에 쉽게 붙이는 그 호칭에 대해서 말이다.  


단어 앞에 국민이 붙는 것들이 참 많다. 국민 타자, 국민 배우, 국민 가수, 국민 MC, 국민 첫사랑, 국민 여동생, 국민 남동생, 국민 게임, 국민 요정 등 국민 OO’ 시리즈는 끝이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국민이라는 단어는 가볍지 않다. 나라 이름에 벌써 국민이 들어가 있지 않나. ‘국민을 붙인다는 건 그만큼 한국인들에게 대단히 중요하고 의미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이런 단어들 중에서 정말로 그런 의미로 붙인 것이 얼마나 될까? 국가를 빛낸 인물에게 붙이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저 한 때 유행하고 인기를 얻고 있어서 붙이는 건 아닐까? 나는 가끔 저건 대체 어떤 기준으로 붙이는 지 궁금할 때가 많다. 언론에서 단지 자극적인 표현으로 주목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써 붙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게 당사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나를 국민 OO’이라 부르기 시작하고, 모든 사람들이 나를 24시간 내내 지켜본다. 뭔가를 하기만 하면 뉴스에 나오고, 뭔 말을 하기만 하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관심과 사랑의 대가라고 말하기엔 너무 가혹하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는 별명이 무거운 멍에가 되어 짓누른다. 남이 만들어 놓은 틀에 갇혀 거기에 자신을 맞추지도, 벗어나지도 못하고 몸부림 치는 이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세상 모든 것들은 어떻게 불리는 지가 매우 중요하다. 이름, 호칭, 직급, 별명처럼 무언가를 가리켜 부르는 말에는 관계, 정의, 평가, 감정 같은 것들을 포함된다. 단순한 단어가 아니라 복잡한 의미를 담고 잇다는 소리다. 한 번 사람들에게 뭔가로 불리기 시작하면 그것으로 굳어져서 바꾸기 힘들어진다. 이름을 아무리 바꿔도 누군가는 꼭 나를 옛 이름으로 부르는 것처럼.


'국민 OO'이라는 호칭은 좋다. 하지만 아무 데나 붙이지는 말자, 누구에게는 그게 명예가 아닌 낙인일 수도 있다. 그냥 국민연금이나 국민건강보험 정도로만 쓰자. 참고로 난 국민학교를 졸업했다. 아, 옛날 사람.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