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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바라는 것은 오직 한가지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이 언제까지나 어른이 되지 앟는 것
나 이상한 걸까? 어딘가 조금 삐뚤어져 버린 머리에는 매일 매일 다른 생각만 가득히
난 괜찮은 걸까 지금이대로 어른이 돼 버린 다음에는 아니 난 자라지 않을 것만 같아
- 자우림 3집 <오렌지 마말레이드> 中
'애어른'이란 말에는 '어른스러운 아이'라는 뜻과 '아이 같은 어른'이라는 두 가지 뜻이 담겨있다. '애'와 '어른'이라는 단어가 합쳐져서 이렇게 애와 어른 둘 다 가리키는 말이 되는 게 한글의 오묘함이다. 매일 한국말을 하며 살아가지만, 참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어려운 말인 것 같다. 한국말을 배우는 오국인들이 왜 힘든지 이해가 된다.
아이가 떼를 쓰거나 고집을 피우지 않고 부모 말을 잘 들으면, 어른들은 ‘의젓하다’, ‘조숙하다’ 같은 칭찬을 한다. 사실 아이가 아이처럼 구는 게 당연한데 억지로 어른스러워 지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너무 어른처럼 행동하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아이는 그저 아이 같을 때 가장 사랑스럽다.
아이가 일찍 철이 든 애어른이 될 때에는 보통은 가슴 아픈 사연이 있을 때가 더 많다. 다른 친구들이 한참 어리광을 피우고 응석을 부릴 때, 홀로 집안일을 하고 부모님이나 동생들을 챙겨야만 하는 아이들처럼 말이다.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지만 안쓰러운 마음이 더 앞선다.
나도 조금 일찍 애어른이 된 편이다. 한참 예민한 시기에 갑자기 가족이 떨어져 지내야 했고, 친구라 믿었던 이에게 큰 마음의 상처를 받았었기 때문이다. 단단한 껍질을 만들어 스스로를 지키지 않으면, 그만 산산이 부서져 버릴 것 같았다. 남에게 나약함을 보이지 않으려 오히려 씩씩하게 어른인 척 흉내를 낼 수 밖에 없었다.
'애어른'은 사실 자주 듣는 말은 아니다. 나도 오래 전 영화에서 한 번 들어본 게 전부다. 지금 우리에게 더 익숙한 말은 아마도 '키덜트'일 것이다. 앞서 말했던 아이 같은 어른, 애어른을 가리키는 이 말은, 처음엔 '애들 장난감이나 좋아하는 철 없는 어른'이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긴 말이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에 갖고 싶던 장난감을 통해, 다시 동심으로 돌아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고 힘든 일을 겪다 보면 점점 뭔가 하나씩 잃어가는 기분이 든다. 지켜야 할 것이 많아지는 만큼 포기해야 할 것도 많아진다. 그 먹먹한 감정을 모두가 충분히 공감하기에 이제는 키덜트를 하나의 취향이자 문화로써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게다가 키덜트는 높은 충성도와 강력한 구매력을 과시하는 소비자다. 그들이 가지고 노는 것은 장난감이지만 가격은 장난이 아니다. 나도 피규어를 좋아해서 인터넷을 자주 뒤져 보지만 뒤에 붙은 0의 개수에 매번 놀란다. 그런 물건을 별 고민 없이, 그것도 대량으로 구매하는 손님이라면 기업 입장에서는 꼭 잡아야 할 ‘VIP’다.
어른 같은 아이, 아이 같은 어른은 어찌 보면 결핍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어딘가 비어 있고 뭔가 부족한 것이 있기 때문에 애어른이 되는 것이다. 맨 처음 인용한 노래처럼 모두 나와 같이 어른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나는 어른이 되어도 자라지 않을 것만 같다. 이렇게 생각하면 아이도 어른도 애어른이 된다는 건 좀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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