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생각편

[#035] 붕어빵 말고 땅콩빵 - 일반 Ver.

나프탈렌캔디 2017. 11. 6. 07:05





이제는 6시만 되면 하늘이 깜깜해진다. 밤이 길어지기 시작했다는 말은 곧 겨울이 온다는 뜻이다. 곧 코 끝이 시리고 입에서 입김이 나오기 시작하면, 두꺼운 옷을 입고 목과 귀를 꽁꽁 감싸고 다닐 것이다. 한겨울 몸 안쪽에서부터 느껴지는 추위를 떨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호호 불며 마시는 뜨끈한 어묵 국물이 아닐까?


겨울 거리를 다니다 보면 다양한 음식들이 우리를 붙잡는다. 이맘때만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제철음식(?)이라면 제철음식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날씨가 날씨인 만큼 주로 따끈따끈한 음식들이 인기인데, 어묵, 호떡, 붕어빵, 국화빵, 계란빵, 찐빵, 군밤, 군고구마 등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다시마, , 대파, 양파, 멸치, 게 등을 넣고 푹 우려낸 육수에 납작하거나 둥글고 긴 어묵을 꼬치에 꽂아 가득 담근다. 한참을 뜨거운 국물에 몸을 불린 어묵을 건져 간장을 발라 한 입 베어 물면, 너무 뜨거워 저절로 입김을 호호 불게 된다. 탱글탱글한 어묵을 씹으며 어묵 국물을 종이컵으로 살짝 떠서 마시면 환상적이다.


틀에 주전자로 반죽을 붓고 그 위에 팥 앙금을 올린다. 그리고 위에 다시 반죽을 부은 다음 뚜껑을 덮는다. 수시로 틀을 뒤집어 주면서 굽고 나면 갈색으로 맛있게 익은 붕어빵이 나타난다. 갓 나온 붕어빵을 손으로 집어 들고 어디를 먼저 먹을지 고민하다 머리를 물면 엄청 뜨겁고 달달한 팥 앙금에 입천장이 홀랑 벗겨질 것 같지만 너무 맛있다.


요즘에는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군고구마는 냄새 만으로 지나가는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매력이 있다. 드럼통으로 만든 군고구마통에 장작을 넣고 불을 피운 뒤 각 서랍에 고구마를 차곡차곡 쌓아서 넣는다. 잘 익은 고구마는 겉은 새까맣지만 반을 자르면 노랗게 잘 익은 속살이 드러난다. 삶은 것 보다 더 부드럽고 강한 단맛이 혀를 즐겁게 한다.


어묵도, 붕어빵도, 군고구마도 다 맛있지만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예전엔 길에서 가끔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진 음식인 땅콩빵이라는 건데 이게 의외로 맛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면 붕어빵처럼 틀에 반죽을 부어 구워내는데 모양이 껍질을 까지 않은 땅콩(8 같은) 모양이다.


크기는 진짜 땅콩만하고 빵 부분의 맛은 붕어빵과 식감은 비슷하지만 단맛이 좀 더 강하다. 속에는 별다른 앙금은 들어있지는 않고 땅콩 조각이 조금씩 들어가 있어 씹을 때 고소함을 더해준다. 맛도 맛이지만 땅콩빵을 떠올릴 때면 동시에 생각나는 추억이 있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꺼내는 재미난 일화가.


초등학교 6학년 겨울, 방과 후에 친구들과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아저씨 한 분이 땅콩빵을 팔고 있었는데 친구 중 하나가 다가가서 땅콩빵 200원어치를 달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말릴 틈도 없이 일어난 일이라 뒤에 있던 우리는 너무 당황했었는데, 그 녀석은 땅콩빵 세 개를 받아 들고 의기양양하게 오는 것이었다.


당시 땅콩빵은 기본 한 봉지에 천원이었는데, 아저씨는 당돌한 친구의 모습이 귀여워서 그냥 세 개를 판 것일까? 아니면 정신이 좀 이상한 녀석이라 생각하고 먹고 떨어지라는 뜻이었을까? 기왕이면 아름답게 기억하고 싶다. 아무튼 친구 셋이 나눠 먹었던 그 땅콩빵의 맛은 유난히 특별했던 것 같다.


그래서 겨울이 오면 붕어 말고 땅콩빵이 생각난다. 입안에 맴돌던 그 맛을 떠올리면 그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이제는 먹기 힘든 추억의 맛 말이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