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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편

[#037] 내 이름은 - 일반 Ver.

나프탈렌캔디 2017. 11. 8. 07:05





내 이름은 숙이랍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에레나예요.

그냥 그냥 애니라고도 부른답니다.

- 이수진 노래 <내 이름은 숙이> 



인간은 세상의 모든 존재에 이름을 붙였다. 이것은 무엇이고 저것은 무엇인지 말할 수 있는 건 이름이 있기 때문이다. 이름 없는 존재를 남에게 아무리 자세히 설명해도 결국 마지막엔 그게 뭔데?’라는 질문만 돌아올 뿐이다. 그것과 비슷한 다른 것의 이름이라도 붙여야 그 존재와 연결시켜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


며칠 전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또 스팸인가 해서 대충 보니 사진 하나가 첨부되어 있었다. 사진에는 낯선 이름이 적힌 명함이 찍혀 있었는데, 거기에 적힌 상호를 보고서야 알았다. 그 문자는 자주 가는 미용실에서 나를 담당하던 미용사가, 근처 2호점으로 옮겼다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알리려고 보낸 문자였다.


미용사가 관두거나 일하는 곳을 옮기는 경우는 흔하다. 그래서 단골 미용실은 만들어도 단골 미용사를 만들기는 힘들었다. 이번엔 관둔 건 아니고 바로 옆 지점으로 옮기고 승진까지 했다고 하니 축하할 일이었다. 내가 의아하게 생각한 것은 바뀐 이름이었다. 명함에는 원래 내가 알던 것과 다른 이름이 적혀있었다.


언제부턴가 미용사(요즘은 디자이너라고 부르는데 나는 아직도 영 어색하다)들이 예명을 쓰던데, 굳이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미용 업계에서는 본명을 쓰면 안 되는 건가? 나도 처음엔 조금 색안경을 끼고 봤었지만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생각한다. 근데 나의 담당 그녀는 왜 굳이 예명을 바꾼 것일까?


직책도 바뀌고 일터도 바뀌었으니, 명함도 바꿔야 했을 것이다. 기왕 새로 파는 김에 이름도 바꾼 걸까? 뭔가 새 출발을 하는 기분을 내고 싶었던 걸까? 바꾼 이름이 그다지 좋은 것 같지는 않던데. 무슨 이유와 의도가 있었는지 갑자기 무척 궁금해졌다. 다음에 머리 하러 가면 꼭 물어봐야겠다.  


연예인이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면서 이름을 바꾸는 경우는 흔하고, 일반인도 평소 자기 이름에 콤플렉스가 있거나 생활에 불편함이 있다면 이름을 바꾸기도 한다. 내 지인도 그래서 얼마 전에 이름을 바꿨다. 유 경험자의 설명을 자세히 들어보니 참 번거로운 일인 것 같았다. 들러야 할 곳도 많고 준비해야 할 서류도 너무 많았다.


나도 이름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름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너무 흔한 것이 문제였다. 평범한 성에 흔한 이름을 붙이니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발에 채이고도 넘쳤다.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일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내 존재가 너무 흔해지는 듯한 기분이랄까.


그래도 나는 내 이름이 마음에 든다. 부모님이 직접 옥편에서 좋은 뜻을 가진 한자를 골라 만드셨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 멋지고 독특한 이름을 보면 탐나는 건 안 비밀이다. 내 이름은 OO랍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나프탈렌캔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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